각 종교가 바라보는 귀신은 어떤 존재인가
2009년 09월 27일 (일) 17:04:50
김현진 기자yykim@newscj.com
▲ 25일 만해NGO교육센터에서는 ‘오늘 우리에게 귀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여러 종교의 ‘귀신론’을 나누는 세미나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문화연구원, 귀신에 대한 담론의 장 펼쳐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귀신에 대한 담론은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다. 여러 모양의 사람이 있듯 귀신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이 귀신에 대한 담론이 종교와 연결되면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는 양상을 띤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귀신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각 종교에서 바라보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어 주목을 받았다. 지난 25일 만해NGO교육센터에서는 ‘오늘 우리에게 귀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여러 종교의 ‘귀신론’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모들아카데미와 종교문화연구원, 한신대학교 신학연구소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그 존재를 부인하기도, 인정하기도 난해한 ‘귀신’에 대한 정의가 각 종교별로 이뤄졌다.
▲ 기독교의 귀신론을 발제한 최대광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
먼저 기독교의 귀신론에 대해 발표한 최대광(감신대 강사) 목사는 “기독교의 귀신론이라면 ‘신론’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특히 귀신과 친숙한 우리나라 무속의 경우 인간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신이 죽은 자들의 영이지만 기독교에서는 신이나 사탄과 악령이며, 인간의 모든 행위는 이 둘에게 달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간이 적극적으로 신에게 나아가는 것이 아니고 신이 혹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자’가 주권을 가진다”며 “그렇지만 이러한 신의 주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으니 바로 ‘악’의 세력이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러한 귀신 혹은 영들의 세계야말로 궁극적으로 실체의 세계고, 인간의 영역은 고작해야 ‘선택’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신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악한 영인 악령을 선택할 것인가가 인간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악이 어디에서 출현했는가’에 대한 문제는 기독교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이자 숙제”라고 말했다.
▲ 법현스님은 불교의 입장에서 바라본 귀신론에 대해 발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의 입장에서 바라본 귀신론에 대해 ‘귀(鬼), 아귀(餓鬼), 마(魔), 신(神) 모두 교화의 대상’을 주제로 발표한 법현스님(태고종열린선원 원장, KCRP종교 간 대화위원)은 “근본적으로 귀(鬼)와 신(神)은 다른 존재”라며 “귀는 아귀의 줄임말로 육도 중생 중의 하나로 공포스럽고 기괴한 모습을 하고 염라왕계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현스님은 “신은 여러 가지 능력을 지닌 특별한 존재이기는 하나 기독교의 개념처럼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고 정령과 비슷한 존재로 볼 수 있다”며 “불교의 귀신에 관한 개념 및 사고는 일정한 틀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교의 이론에 의하면 귀신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설사 수행과 존재들의 평화로운 삶을 방해하는 못된 일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상태를 좋은 것으로 바꿔야 할 존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무녀 아내를 둔 김동규 씨는 무속의 귀신론에 대해 발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무녀 아내와 함께 발표한 김동규(브리티쉬 컬럼비아대학교) 씨는 “인식론적으로 귀신은 부정적 의미, 부족하거나 결핍된 존재”라며 “한국의 ‘전통종교’ 혹은 ‘기층종교’라고 이해되는 무속에서도 귀신은 그와 유사한 관념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무속에서 보통 ‘귀신’이라고 할 때 그 성격은 부정적인 것이며, 인간에서 분리되어야 할 존재로 인식된다”고 전했다.
▲ 무녀 최순덕. ⓒ천지일보(뉴스천지)
8살 때 신내림을 받아 35년째 무녀 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 정순덕 무녀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요즘 9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도 귀신을 경험한다”면서 “하나님이 존재하듯이 귀신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장은 ‘믿는 만큼 경험한다-귀신현상과 귀신담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종교현상은 영, 혼 등에 기반한 넓은 의미의 ‘귀신’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찬수 원장은 “영과 혼은 구분해야 한다. 영혼(靈魂)의 한자 ‘영(靈)’은 삼라만상에 깃든 정기를 총칭한 말이고 ‘혼(魂)’은 죽은 뒤 육체와 분리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여겨지는 물질 너머의 어떤 실재를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 이찬수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어 “일반적 의미의 귀신, 구체적으로 말하면 ‘귀’는 의도하지 않은 경험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신앙의 대상은 아니다”며 “이는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종교의례를 통해 다스려져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즉, 귀(鬼)가 한국인의 신앙 행위와 종교체험 그리고 민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때 귀(鬼)는 탈자연적 괴이(怪異)의 존재(마귀)로 신앙의 대상이 되는 신이(神異)의 존재(신령神靈)와는 구분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귀’가 무당과 같은 사제에 의해 다스려져야 할 탈자연적 존재라면 신령은 신앙과 의존의 대상인 것이다. 또한 이 원장은 “귀신의 현상도 믿는 만큼 경험한다”며 “귀신은 관계망 속에 있고, 담론 속에 있으며 귀신은 없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유교의 귀신론을 발제한 김우형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덧붙여 “귀신은 허상이 아니라 귀신 담론의 질서를 따르는 이에게는 ‘실상’이다”며 “종교적인 표현을 쓰자면 믿는 이에게 귀신은 ‘실상’이고, 귀신은 그 믿음 속에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귀신은 극복되어야 할 부정적 대상이기만 하기보다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유연하게 공존하며 변화돼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유교적 귀신관’에 대해서는 김우형(연세대) 교수가 “공자와 주자의 귀신관은 휴머니즘을 기초로 하되 신비한 귀신 현상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인식론적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보편적 진리, 혹은 ‘하나의 리(理)’에 대한 경건함을 전제로 해야만 제사에서 귀신의 감격(感格)과 같은 신비한 현상의 경험이 비로소 설명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 천도교의 귀신론을 발제한 김춘성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출처][뉴스천지]각 종교가 바라보는 귀신은 어떤 존재인가 [천지일보]|작성자cyberjin30